직업/캐나다 건설

3:30에 칼퇴근 하는 캐나다 현장직

규우 2021. 4. 8. 09:23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캘거리의 경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길거리 곳곳에 사람을 모집한다는 간판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 좋으신 분의 추천 덕에 저도 처음에 Plumber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Plumber는 건축 설비공이며 물, 가스, 기름, 공조에 관련된 일을 주로 하죠.

 

한참 일하고 있는데 3:15분이 되니까 장비를 챙기라고 야단법석을 떱니다.

왜? 라고 물으니까, 집에 안 갈 거냐고 반문을 하더군요.

이건 뭐지? 라는 생각에 장비를 챙기고 오전에 작업 지시받던 장소로 가니 모든 Plumber가 장비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3:30이 되자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현장을 떠납니다.

현장의 근무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7:00 오전 작업 시작.

12:00 점심시간 - 점심시간은 30분이 주어집니다.

12:30 오후 작업 시작

3:30 퇴근

오전과 오후에 15분간의 Break time이 주어지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갖죠.

 

오전 5시간, 오후 3시간 이렇게 총 8시간을 일한 뒤 각자 집으로 가는 겁니다.

실제로는 7시간 30분이 되겠네요.

사실 이 퇴근 시간 때문에 현장직을 고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더 좋은 것은 이 일정이 현장의 Foreman에 의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Foreman은 현장에서 공종의 작업을 책임지는 작업반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은 건설 현장의 소장과 이야기가 선행되어야겠죠.

Foreman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는 하절기가 되면 6:00에 작업을 시작해 2:30에 마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3:00가 되는 셈이죠

 


 

퇴근 시간이 되면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면, 내일 다시 하면 되고 누구 하나 다그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안 되는 일을 되게 한다는 말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만일 꼭 끝내야 하는 일이라 야근이 필요하다면 Employer가 1.5배의 시급을 주고 일을 시키면 되는 것이고, Employee는 그것에 동의하면 일을 하는 것이고, 싫으면 안 하면 그만입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한 이치인데, 이런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곳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때로는 아주 삭막하다고 생각하다가도,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이곳의 문화로 인해 눈치 볼 필요 없이 제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은 편합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8시에 근무를 시작해 5시에 마치는데 개인적으로는 7시에 시작해서 4시에 마쳤으면 하는데 회사의 방침이 이렇다 보니 따를 수밖에요.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캐나다 사람들에게 여유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