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보

열 돔 (Heat Dome)으로 죽다 살아난 캘거리

규우 2021. 7. 3. 11:01

오늘까지 약 일주일간 그야말로 찜통에서 살았습니다.

뉴스에도 나왔다던데 아메리카 서부는 일명 열 돔 (Heat Dome)이라 하여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치렀는데요.

Heat Dome은 지상 5∼7km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마치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싸기 때문에 평균기온보다 5~10도 높은 기온이 며칠 동안 이어진다고 합니다.

 

캘거리는 원래 추운 동네라 한여름에도 30도를 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1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날씨를 경험했습니다.

아래의 캘거리 평균 날씨를 보면 이번 더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캘거리의 여름은 그야말로 최고의 계절인데 36도가 웬 말입니까?

36도 가지고 뭘 그러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캘거리에서 아주 이례적인 여름 날씨로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매일 일사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언급할 정도입니다.예전에 텍사스에서 겨울 기온이 1도까지 떨어져 많은 사람이 동사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역시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무엇에는 아주 나약한 존재가 되는 모양입니다.겨울에 -40도까지 온도가 내려가도 동사했다는 소식은 잘 듣지 못했지만, 이번 열 돔 현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미 캘거리의 모든 소매점의 선풍기는 모두 Sold out 되었고 이동식 에어컨도 구할 수 없다고 하네요.

어떤 분은 더위를 피해 호텔에서 생활하기까지 한다니 이번 더위의 위력이 체감됩니다.

 

제 집에 설치된 에어컨도 지금까지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이번 더위에 이때다 싶어 사용하려 했으나 프레온 가스가 충분하지 않았던지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스 충전을 하려 전화를 했더니 환경오염으로 인해 프레온 가스는 더는 구할 수 없으며 만일 에어컨을 작동하고 싶으면 실외기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데 가격은 약 $2,000 ~ $4,000이 예상되는데 지금은 일손이 달려서 몇 주 뒤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교체는 아예 포기하고 지하 방으로 피난을 했습니다.

 

이번 캐나다 데이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했는데 가는 도시의 온도가 40도라고 한숨을 쉬던 회사 동료가 생각나는데,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사정을 보면 휴가가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기온이 40~45도에 이르는 도시가 많으며, 특히 리턴 (Lytton)이라는 도시는 49.6도까지 올라 전날 48도의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고 합니다.

이번 이상기온으로 인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만 5일 동안 486명에 이르는 인구가 목숨을 잃었으며, 이것이 이틀 전 소식이었음을 감안하면 사망 인구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다행인 것은 오늘부터 비가 오며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니 이젠 밤에 잠을 편하게 잘 수가 있겠네요.

 

현재 기온이 22도까지 내려갔으니 이젠 좀 숨 쉴만하네요.

Heat Warning이 끝나기가 무섭게 Severe Thunderstorm Warning이 뜨다니 참 난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엄청나게 큰 우박과 함께 내려 창문을 때리는데 창문이 깨질까 무서울 정도입니다.

폭우로 인해 창에 비가 많이 흘러내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저렇게 큰 우박이 창문을 때리는 것도 이곳에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네요.

다행히 우박은 잦아들고 폭우가 내리고 있는데 그렇게 덥다가 갑자기 폭우라니 참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

 

이번 비를 계기로 예년 기온을 회복해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캘거리도 코로나 규제 해제와 더불어 평균 기온으로 다시 돌아가 모두 즐거운 여름을 만끽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