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상

겨울날 온수 탱크 고장이라니... 그래서 직접 교체해버렸습니다.

규우 2021. 4. 21. 12:34

4개월 전 일입니다.

저녁때 딸이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하로 내려가 온수 탱크를 보니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버너에 불을 붙이려 해도 이미 버너가 떨어지는 물로 인해 다 젖어버려서 불이 붙지도 않네요.

온수 탱크를 교체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고장이 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얼마 전 그 추운 겨울에 보일러의 이그니션이 고장 나 300불을 주고 바꾸었는데, 이번에는 온수 탱크라니…

 

하루 정도야 어떻게 하겠지만, 계속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는건 상상을 할 수 없기에 온수 탱크를 구입한 Home Depot으로 갔습니다.

Customer Service의 직원이 다행히 워런티가 5년이라서 무상교체가 가능하긴 한데, 자기들이 임의로 교체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일러 생산업체에서 허가가 떨어지면 새것으로 교환을 해줄 수 있으니 업체로 먼저 전화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이른 새벽에 전화했습니다.

직원이 시리얼 넘버 확인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다행스럽게도 워런티가 적용되어 새 제품으로 교체가 된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무슨 증서 같은 걸 다운로드하여서 Home Depot으로 가서 교환을 받으려고 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새로운 온수 탱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새것으로 교체를 해준다는게 어딘가요.

 

이제 온수 탱크를 교환하는 일만 남았는데, 제가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가졌던 직업이 Plumber라 오랜만에 실력 발휘 한번 했습니다.

온수 탱크를 운반하는 것이 힘들지 일단 자리만 잡으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고장 난 온수 탱크입니다

온수 탱크를 교체할 때는 기존 온수 탱크 안에 있는 물을 다 빼주고 해체를 진행해야 하므로 물을 빼주는 것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온수 탱크 온도조절 다이얼에 버너가 연결되어있는데, 물을 담는 탱크에서 물이 새다 보니 불이 붙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기존 온수 탱크를 무난히 해체해서 밖으로 가지고 나왔습니다.

 

온수 탱크 설치는 더 간단합니다.

 

먼저 보일러 자리를 잡고 가스 배관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온수와 냉수 파이프를 연결하면 끝입니다. 아주 간단하죠

 

온수와 냉수의 구분 방법은 파이프에 밸브가 있으면 냉수, 그렇지 않으면 온수 파이프입니다.

이렇게 다 연결을 한 뒤 밸브를 열어주면 물이 온수 탱크 안으로 들어가고 아래의 버너가 가동되어 물을 가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온수 탱크에 다시 물이 들어갈 때 온수 탱크 안의 공기가 파이프를 타고 지나가기 때문에 수도꼭지 온수를 열어 공기를 다 빼주어야 합니다.

공기가 다 빠지면 수도꼭지를 닫고 이제 물의 온도가 올라가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저는 기존 온수 탱크와 연결된 온수 배관이 짧아서 중간에 팩스 파이프를 넣어 길이를 늘였습니다.

 

온수 탱크가 교체가 무난히 끝나고 온수가 나오니 신납니다.

 

 

저런 작업도 공구만 있으면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죠.

제가 예전에 Plumber로 일하면서 쓰던 공구인데 한 번씩 집에서 플러밍에 관련된 일이 생길 때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 3개의 공구만 있으면 온수 탱크 교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온수 탱크 설치비만 못해도 몇백 달러는 들 텐데 오늘 돈도 절약하고, 오랜만에 옛날 생각하며 일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이 다시 콸콸 쏟아지니 어깨가 으쓱거리네요.

 

집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 손볼 곳이 하나둘 생기는데, 부디 당분간은 아무 일 없이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