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상

캘거리의 겨울도 끝이 보입니다.

규우 2021. 3. 29. 04:24

캘거리의 겨울은 참 길고도 깁니다.

9월 말 혹은 10월이면 눈이 내리기 시작해 5월까지도 눈이 내리는 경우가 많죠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겨울의 하얀색에 익숙해졌습니다.

가는 것조차도 아주 싫어지는 계절이죠.

아주 추울 때 영하 30도로 내려가는 기온은 모든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겨울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스키며 스노보드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일 뿐입니다.

어서 겨울이 빨리 지나가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걷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추위를 견뎌냅니다.

한 겨울철엔 익숙한 길거리의 모습입니다.

길을 다니는 행인을 위해 늘 수고스럽게 눈을 치워야 하며, 누군가의 수고로 인해 겨울철에 쉽게 동네를 다닐 수 있습니다.

같은 눈이지만 한겨울에 내리는 눈과, 봄의 문턱에서 내리는 눈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눈에 덮여있는 집들도 힘겨워 보이는 듯합니다.

혹독한 겨울 동안 우리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려 정작 자신을 돌보지는 못한 것 같네요.

다시 봄이 돌아오면 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를 찾을 겁니다.

 

담벼락 조차도 힘겹게 눈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녹아 없어지면 보는 이도 마음이 가벼울 것 같지만 몇 년 인지도 모를 시절을 견뎌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아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돌고 도는 것.

캘거리의 봄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있음을 거리 곳곳에서 느낍니다.

비록 가지에 눈이 쌓여 있지만 다시 피어나는 가지의 꽃망울에서 봄이 느껴집니다.

늘 보는 파아란 하늘이지만, 오늘의 하늘만큼은 붉은 꽃망울 때문인지 더 선명해 보이네요.

캘거리에 있어서 그런지 늘 봄에 대한 설렘은 더욱더 커집니다.